이라는 말은 보통명사일뿐이고 오빠라는 말은 뇌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새내기 시절.

학교 이름보다 공대로서 유명한 대학에 입학한 글틀양은
보통집에서 하듯이 아는 선배에게 오빠라고 한번 부른 덕분에
점심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얻어 먹게 되었습니다. 사실 좀 이상했습니다.
얼굴이 이쁘거나 귀엽게 군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한 일주일동안 평소대로(?) 오빠라고 몇번 불러주니깐 점심은 당근 해결, 먹고 싶은 것으로 고르라는 말에, 덤으로 몇가지 간식까지 아무말 없이 얻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별것도 아닌 머리띠바뀐 것마저 화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요.

저희 집은 친사촌들은 다들 저희보다 20살이상 높으신 연배고 외사촌들은 제위로는 시집간 울 언니뿐 다들 제 밑입니다. 그러다보니 손위 남자들을 부르는 말은 상당히 여성적인 어투인 오빠뿐이 알지 못한 데다가 그대로 공대로 유명한 학교이다보니 선배들은 오빠라는 말을 연례행사정도밖에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당연스레 오빠라고 불러 댔으니 너무하다 싶을 정도 친절(?)을 베푸는 것은 학교 선배들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만한 내용이었습죠.

그런 일주일이 지나자 선배들은 오빠라는 말을 일반화 시키기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 저는 곧바로 오빠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라는 선언과 함께 선배라는 명칭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당연스레 점심은 온갖애교를 떨어도 얻어먹을까 말까가 되어버렸고, 덕분에 갑자기 활기찼던 생활은 평상생활로 돌아가게 되었죠.. 솔직히 다행스러웠습니다.
뭐랄까 남자들만이 가득한 그당시-학교에서 한 과에서 여학생수가 10명이 넘는 곳은 국문/영문과 다음이 저희과였거든요. 인문계열을 모두 포함하여 학교의 여학생수는 전체의 10%, 알지도 못하는 수백 명한테 오빠라고 불러달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구요. 진짜로 느꼈던 공포감(?)입니다.

그 시절이후 선배라는 명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으로 진화해갔고 지금도 친한 몇몇 형들은 형이라고 부릅니다.
오빠라는 명칭이 가장 오래 갔엇던 곳은 향우회였었는데 오빠라고 계속 부르라고 하면서 짬봉그릇에 소주 두어병 가득부어 먹이던 것을 소주 3잔으로 줄어 주었고 한 3개월쯤 오빠라는 명칭이 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빠라는 명칭은 상당히 뇌물스러운 - 복학생 형들에게 구하기 힘든 레포트를 빌려야 할 때나, 모르는 것을 성격 껄끄러운 선배에게 물어 봐야 할 때, - 해주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껄끄러운 선배라도 오빠라고 한번 불러 주면 대개는 친절히(?) 응대해주었거든요.

그러므로 저처럼 남자들 가득한 대학으로 가면 다음을 기억하면 됩니다.

형이라는 말은 보통명사일뿐이고 오빠라는 말은 뇌물이다.
오빠라는 말을 적시적소에 사용하면 당신에게 이롭겠지만 너무 자주 쓰게된다면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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