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들의 중국사

Book/역사 | 2007/01/12 07:21

황제들의 중국사
사식 지음, 김영수 옮김/돌베개
나의 점수 : ★★★☆☆

역사를 읽다보면 가끔은 정사에 나오는 내용이 아리까리한 경우가 있고, 매우 정통하다고 하지만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만날 때도 있는 법이다.

솔직히 나는 역사가 개연성 있는 - 실화바탕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언제나 역사적 fact는 그 사실이 현실에 있어 더이상 영향력을 상실할 때에서나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지만 이미 그때는 핵심적인 사실이 정당화되거나, 혹은 이미지에 의해 전혀 다른 것을 - 혹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사상의 변화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때문이다.

모처의 블로그에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에 도서관의 책을 검색해보니 2006년에 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들어와 있었다.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책이 반질반질하고 적당히 닳아져 있는 것을 보니 꽤 관심을 받는 책임을 알 수 있었다.
역사계열은 들어온지 꽤 되어도 가끔은 아주 깔끔한(?) 책을 볼 수 있는게 태반인지라... 조금은 의외였다라고 할까.

읽기는 쉽게쉽게 읽혀졌다.

몇가지는 이해할 만한 것이고, 몇가지는 조금 황망하게 느껴졌다.
가장 공감가는 곳은 홍무제 주원장. 
- 이건 전혀 특기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 여러 책들에서 가끔 지적되는 사항이니 만큼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주원장은 자신은 엉망이지만 좋은 부인과 아들들을 둔 탓에 좋게 평가되는 것같다. (마황후, 황태자 주표, 영락제) 거기에 오랜 외세끝에 한족 왕조를 세웠다는 프리미엄까지 붙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외라고 할만한 것들은 삼국지 부분들. - 솔직히 조조, 삼고초려, 제갈량vs관우, 천하 삼분지계, 아두부분은 띄엄띄엄 여기저기서 귀동냥하고 있던 내용이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도 나름대로 외외랄까. 그런 정도. 논리없이 알고 있던 단편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것인데 내가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은

- 조조가 '간웅'으로 평가되는 것은 조조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후의 위,진,남북조 시기의 각각나라의 황제들이 개망나니들이 많아서 - 그당시 사가들이, 원칙상으로는 조조를 정통으로 삼아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 후에 이어지는 개망나니 황제들의 정통성을 인정해야 했기때문에, 조조보다는 유비를 정통으로 삼으려고 했고, 그렇다 보니 유비는 그능력에 비해서 과대평가를 받고, 조조는 과소평가를 받게 되는 현상이, 거기에 유선도 역시 과소평가를 받게 되었다.  -  라는 것

물론 이것은 가설에다가 위진남북조 쪽의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진위여부야 알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개연성이 농후해보이는 부분인지라.
유선의 경우, 삼국지와 후삼국지(제갈량 사후)시대 모두 능력없이는 다음대조차 잇지못하던 시절이니 만큼- 삼국지만 봐도 좋은 가문(배경)에 좋은 땅에 있어도 몇년만에 망한 세력이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강성한 위에 맞서  40년이나 지켰으면 어찌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다고 할 만큼은 되지 않을까. 내 개인적으로 호부견자(虎父犬子) 소리는 좀 지나친 듯.

당태종 이세민은 뭐랄까. 이책의 말도 맞는 것같고, 다른 책의 말도 맞는 것같기는 한데- 솔직히 역사가라면- 아니 심리학자도 흥미를 가질만한 존재인 것같다. 흥미진진. 이세민에 대해서 호감을 갖느냐, 반감을 갖느냐에 따라 중국역사상 평가가 극과극으로 나뉠 수 있는 면이 가장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사에서는 긍정적인 면만 강조하겠지만.
어쨋든 나에겐는 그닥 좋은 인물은 아닐 듯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잘 조절했다는 점에 있어서 - 글틀양은 '세종'정도로 만들어진 왕이 아닌 이상 성군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 말그대로 세종은 태종의 꼭두각시 왕이뿐테니깐. - 평가는 후하다.

왕이던 황제이던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것을 조절가능한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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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든 발 12시 30분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맹은빈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나의 점수 : ★★★☆


도서관에서 한번 빌렸다가 다시 갔다 주고나서 '태양은 가득히'와 같이, 다시 빌렸습니다. 읽기는 '태양은 가득히'를 먼저 읽고 나서 이쪽을 건들였습니다만..... 호곡  했습니다. 묘사하는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고나 할까요..... 어찌 이런 우연이....

하나는 알랭 드롱의 표지에 반해서 - 영화가 있고, 친구 살해 어쩌구까지는 알았습니다만 - 그리고 또 하나는 말그대로 동서 추리문고에서 랜덤억세스로 선택된 것인데.... 묘사방식이 비슷해서 '태양은 가득히'에 비해서 감흥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이넘을 먼저 읽었다면 아마도 '태양은 가득히'가 평점이 조금 떨어졌을 겁니다.

그래도 "태양은 가득히"의 주인공 찌질이의 심리묘사는 멋집니다. 더구나 "크로이든발 12시 30분"에서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범인인지라 그런 면에서 임팩트를 주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동기도 너무 평면적이고 해서 똑같이 덤덤하게 묘사하더라도 클라이막스는 "태양은 가득히"쪽으로 쏠립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크로이든발 12시 30분"에서 살해를 하게 된 동기랄까 그런 것이 더 현실적인 것같기는 한데, 감정적이랄까 실제적으로는 "태양은 가득히"가 더 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어쨋든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는 크로프츠보다는 간접적이고 대사로 묘사하는 페트리샤가 더 맘에 듭니다.

아예 다음 타자로 '노래하는 백골'이나 읽어 볼까요.....
하지만 이미 '9마일은 너무 멀다'를 빌려왔습니다.
 에미넴의 영화 '8마일'을 연상시키길래... 그냥 랜덤액세스로 집어온 겁니다.

태양은 가득히, 크로이든발 12시 30분, 노래하는 백골은 모두 '도서추리물 (inverted detective story)'이라고 불리는 범인의 심리를 묘사하는 그러니깐 사건이 일어나고 그범죄를 추리하는 과정보다는 그 행위를 벌이는 범인의 심리묘사를 중점으로 다루는 종류이지요. '노래하는 백골'이 이쪽의 시초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대체적으로 변형된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까요? 제 3자적 입장에서 도입과 결말을 쓰고 있고 중간의 모든 과정은 범인의 입장, 범인의 눈으로 쓰여집니다. 부자 노인이 딸을 만나러 가다가 죽습니다. 그다음 부터 플래쉬백되어 찰스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외삼촌인 부자노인이  어떻게 행동했고, 그것이 찰스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결심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덤덤히 묘사합니다만.... 너무 친절히 묘사를 해주는 바람에 조금 맥이 빠졌다라고 할까요....  독자가 찰스에 이입되기에 조금 부족한 듯한 - 물론 태양은 가득히에 비해서입니다 -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번째 살인은 과격한 모습이 없는 조용한 살인이어서 그렇다지만, 두번째 살인은 좀 사족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갑자기 얌전하고 말하나 없는 듯한 사람이 표리부동하게 변해서 범인에게 협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추리소설쪽의 피살인자에 대한  클리셰이니깐요. 이런 추리물의 핵심은 범죄를 행하기전의 범인의 긴장감, 그후의 경찰의 수사에 대한 압박감, 발각되었을 때의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를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하는냐가 성패를 가늠한다고 생각하기때문인지는 몰라도 두번째 살인을 하는 것보다는 애플비 경감이 찰스에게 조용하게 하나씩 하나씩 미끼를 던지듯이 "난 이만큼 알아 냈소!"하는 듯한 단서를 던지는 쪽이  - 조용하게 하나하나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에 대한 범인의 압박감을 묘사하는 쪽이 더 생생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살인사건전후나 사건 해결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오히려 찰스가 법정에 서서 결국 유죄를 받기까지 검사, 변호사간의 논리대결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이쪽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그득그득... 거기에 얼마후 교수형 당할 지도 모르는 찰스의 급박한 심리상태와 찰스의 눈으로 보는 배심원들의 심리적인 모습들이 곁들여 지니 앞선 두개의 사건보다더 더 찰스에 이입되기 쉬워지더군요.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요. 하지만 지적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김이 팍팍 새어버린 - 반다인의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랄까. 그렇습니다.

ps. 아무리  동서추리문고에서 랜덤액서스라지만 이상하게 일본 추리소설은 손댈 엄두가 안나네요.

수정: 2006.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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